구루메 매거진

캇포(割烹)요리의
뜻과 기원

by yoo sazzo 2022.12.26

일식문화를 즐기는데 있어서, '캇포'라는 단어만큼 정확한 뜻이 정립되지 않은 채 통용되는 단어도 드물것 같다. 하지만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가장 흔한 개념은, 캇포를 카이세키와 이자카야의 중간 식당이라고 한다. 이때 중간이라는 뜻은 가격대를 의미한다. 또는 이자카야의 고급버젼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해석은, 현재 일본인들도 고급 일본요리식당을 캇포라고 하는 것과 같다.

두번째로는 캇포의 한자표기인 할팽(割烹)이론이다. 베다, 자르다라는 뜻의 割(카츠: 한국어발음은 할)와 삶다라는 뜻의 烹(호우: 한국어발음은 팽)이 합쳐져서, 칼로 자르고, 삶는 요리를 캇포라고 한다는거다. 이또한 일본에서도 통용되는 해석법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세상에 칼 사용안하고 불로 끓이지 않는 요리가 어디 있는지.

일본에서 캇포라는 용어가 외식업계에 등장한 것은 에도시대후기다. 하지만 이 단어는 원래 중국의 맹자(孟子) 만장(萬章) (), 伊尹以割烹要湯(이윤이할팽요탕)라는 문장에 이미 등장한다. 뜻은 '이윤이라는 사람이 음식을 요리해 탕왕에게 벼슬을 요청했는가'이다. 암튼 할팽이론은 바로 여기서부터 근거한거다.

PS1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들어간다. 에도시대후기부터 메이지시대(1868-1912)를 거치며 에도요리라는 개념보다 상위요리를 캇포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음식점의 스타일로는 자리잡지 못한것 같다. 그 당시까지의 고급요리는 간판격인 카이세키를 즐기는 료테이(料亭)가 여전히 중심이었지만, 게이샤를 부르는 료테이는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다.

PS2 메이지시대에 이어 열린 쇼와(昭和)2(1927)에 교토기온에 하마사쿠(浜作)라는 식당이 오픈한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오사카에도 같은 이름의 하마사쿠라는 식당이 오픈한다. 사진은 교토 기온의 하마사쿠의 사진으로, 현재는 3대째인 모리카와 히로유키(森川裕之)상이 맡고있다. 그리고 오사카의 하마사쿠는 유명한 조미료 회사인 아지노모토(味の素) 회장의 권유로 도쿄 긴자에 출점을 한다.

PS3 당시 일본요리 전문 요리사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도제에 의한 엄격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었다. 새로 오픈하는 고급 일본요리식당들은 이 네트워크에 부탁하면, 스승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칼로 생선요리를 잘하는 사람과 니모노요리(煮物 조리고, 끓이는 음식)를 잘하는 요리사 두명을 한셋트로 보냈다고 한다. 일본 부흥시대에 생겨난 전국의 고급식당들로 인해 당시의 일본요리 셰프들은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PS4 오사카 하마사쿠의 오너셰프인 시오미(塩見)상은 즉석코료리(即席御料理) 그 가운데서도 니모노가 전문이었고, 교토의 모리카와(森川)상은 사시미요리가 전문이었다. 어쨌든 이 두 걸출한 요리사들에 의해서 갓포스타일의 식당은 전국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사카시의 홍보 홈페이지에서도 캇포요리를 오사카에서 생겨났다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PS5 두 하마사쿠라는 식당이 만들어낸 컨셉이 바로 이타마에캇포(板前割烹)였다. 그 당시까지의 료테이는 방에서 식사를 하고, 음식은 보이지않는 주방에서 요리를 해, 각 방을 전담하는 나카이(仲居)가 서버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타마에캇포는 같은 스페이스에 조리하는 곳과 손님이 앉는 카운터석(한국의 다찌)이 같이 있어서, 셰프들의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정해진 코스도 있지만 단품주문도 가능했고, 무엇보다 손님과 요리사가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쉽게 말하면 현재 스시오마카세에서 뒷주방도 모두 튼 것을 생각하면 된다. 현재는 당연한 것이지만, 바로 눈앞에서 생선을 잡고, 이세에비를 요리하는 퍼포먼스는 일본여행 온 챨리채플린도 매료시켰다고 한다.

PS6 이러한 캇포스타일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막 공급되기 시작한 가스곤로로 뜨거운 물을 조리대에서 끓일 수 있게되었고, 교통과 유통의 발전으로 신선한 전국의 생선들이 즉시 공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S7 현재의 캇포식당에는 카운터석뿐만 아니라 개실도 있는 경우도 많고, 식당명에 호르몬캇포라는 말을 붙여 고급이미지를 내는 식으로까지 변형되었다. 하지만 식당명에 캇포라는 명칭을 넣는 이상, 캇포식당이 시작되었을 때의 취지인 요리인과 고객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 요리하는 모습을 컨텐츠화시킨 것 등의 히스토리는 알아두고 접객함이 어떨까 싶다.